지난 시간에 이어서, 이번에도 초등 영어 교수법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저번에는 자연 학습설에 이어,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이어오던 문법 번역 교수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오늘은 직접 교수법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영어로는 Direct Method라고 한다.
우리가 일대일로 보내는 메시지를 Direct Message라고 하듯이, 똑같다. 줄임말은 똑같다. 해석이 다를 뿐. 그 Direct의 뜻은 같다.
직접 교수법이라고 하면은 말 그대로 영어는, 영어로 가르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방식은,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다음, 그것을 다시 영어로 내뱉게끔 가르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힘들기도 하거니와, 이 방식을 통해 영어를 잘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학자들은
그래, 괜히 번역해서 돌아가지 말고, 직접 가르치자,
모국어를 하는 사람이 그 언어를 가르쳐야지, 다른 나라 사람이 가르치는 것이 말이 되느냐,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탄생한 방법이 직접 대화 방법이다.
한국어 즉, 모국어를 일절 쓰지 않고, 영어만 사용해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주변에서 영어만 쓰고, 영어만 쓰게 만들면, 영어를 알아서 하지 않을까? 라는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방식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의 영어 유치원을 생각하면 쉽다.
예전에는 일부 영어 학원에서 원어민 선생님이 와서 가끔 지도하는 방식으로 이 교수법을 시행했는데,
요새는 추세가 바뀌어서, 어렸을 때 자극해야 한다고 영어 유치원에서 주로 시행하는 방식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예 처음부터, 모든 언어와 모든 제스처를 영어만 사용해서 가르치면 된다.
‘Apple’이라는 단어를 사과라고 번역한 다음, 애플이라고 발음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실제 사과를 가리키면서, apple이라고만 말해준다.
그 어떠한 모국어 설명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 사람이 애플이라고 했으니, 아이들은 아 사과는 영어로 애플인가보다, 이해하는 것이다.
사랑이 love라는 것을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은 영어로 사랑에요. 따라 해보세요. 이러지 않는다.
하트를 그려두고는, 그것을 가리키면서 love라고 말해준다.
그러면 학습자는 아, 하트인 것을 보니, 사랑이라는 뜻인가? 사랑이 영어로 러브인가 보다. 생각하는 것이다.
그 어떠한 모국어도 허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영어를 이용해 사물을 배우고, 단어를 배운다.
영어 유치원 혹은 외고의 영문과를 생각하면 쉽다.
그들은 영문을 이용해 과학을 배우고, 영문을 이용해 수학을 배운다. 그것과 똑같은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엄청난 장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발음과 듣기가 확실히 정확해진다는 것이다.
틀릴 리가 없다. 발음을 이상하게 하거나, 이 단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모를 수가 없다. 너무 정확하게 알게 된다.
그 교수자가 정말 심한 사투리나, 영어권의 다른 발음을 사용하지 않는 한,
대부분은 정확한 발음과 듣기 자료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니, 그 부분에 있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다음으로는 정말 수없이 좋은 인풋이 끊임없이 제공된다는 장점이 있다.
영어 유치원 나아가 외국에 보내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영어를 잘 몰라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서 벗어나,
영어를 무조건 써야만 하는, 영어가 들려야만 살아갈 수 있는 생존 위기 상황에 사람을 던져 놓아,
사람이 생존 본능을 발휘해 영어를 잘 듣고, 쓸 수밖에 없게끔 하는 것 아니겠는가?
맞다. 이런 원리와 같다.
드라마에 그런 장면도 종종 있지 않는가.
어떤 인물이 공부는 정말 못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영어권 국가로 유학을 가서,
영어 발음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잘하고, 영어로 의사소통은 정말 무리없이 하는 그런 장면.
영어가 계속 들리고, 영어밖에 쓰지 않으니, 살기 위해서는 영어를 더욱더 빨리 흡수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흉내를 내서든, 영어를 따라 하게 된다.
잘 되면, 정말로 이것만큼 빠른 방법이 없다.
이전에 포스팅한 자연 학습설과도 결이 맞닿아 있다.
언어를 자연스럽게, 인풋을 끊임없이 넣어주는 것이다.
자연 학습설에서는 이해할 수 있게 모국어 설명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 만약 생존 본능이 철저하다면, 모국어가 아예 배제된 상황에서 더욱더 빨리 외국어를 학습하지 않겠는가.
이처럼 이런 방식은 사람들의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쉽고, 왜인지 기적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많은 사람이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장점이 큰 만큼, 아주 크나큰 단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 이걸 시행할 사람이 없다. 이걸 대체 누가 완벽하게 해낼 것인가.
이 방법을 사용하려면,
한국에 거주하면서, 한국의 초등 국어, 사회, 과학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으며,
이것을 모국어인 한국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서, 오로지 영어로만, 이해되게 설명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다면, 그 사람이 왜 초등학교에 있단 말인가. 무슨 목적이 있지 않은 한 말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더욱 이해가 쉽다.
20년 이상 한국에 거주해 한국의 문화와 한국어의 말투까지 자연스럽게 구사 가능한 한국인이,
미국의 초등학교 커리큘럼을 완벽히 이해한 상태에서,
영어 밖에 할 줄 모르는 학생들을 데리고,
한국어로만 적혀있는 교재를 이용해,
한국어만 사용해서 초등학교 4학년 과학 내용을 ‘이해’ 시켜야 한다.
그냥 한국어를 말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이해'를 시켜야 한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 원어민 강사가 도대체 얼마나 되냐는 말이다.
모든 초등학생이 교육받아야 하는 이 시점에도, 교육에 대한 열망이 거대해진 이 시점에도 불가능해 보이는 이 임무가,
이 교수법이 나오던 시절에는 더 불가능했을 것이다.
두 번째. 추상적인 개념을 가르치기가 어렵다.
아까 예시를 들었던 사과와 사랑은, 비교적 쉬운 단어에 속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단어 말고도 가르쳐야 할 것들이 많다. 문장, 개념, 원리, 이론 등…
이런 추상적인 것들은 사실 모국어를 배우는 와중에도,
모국어로 친절히 설명이 되어 있음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모국어로 쓰여 있다고 해서 모든 것들이 이해가 잘 되었다면 학원이 따로 있을 필요가 없고, 선생님이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
모국어를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을 누가 가르쳐 준단 말인가.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모국어로 쓰여 있는 것은 있는 것이고, 이것을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그런데, 이것을 한 번 더 머리를 써야 하는 외국어로 이해해야 한다? 그것을 가르쳐야 한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에게 ‘물이 얼면 부피가 커져 얼음이 되지만, 무게는 달라지지 않는다’라는 개념을 오로지 영어만 써서 가르쳐보라.
가르칠 수 있겠는가?
서울대 석학이 온다고 해도 힘들 것이다. 비꼬는 것이 아니고, 정말로.
지식이나 학력의 수준 문제가 아니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기호를 써야 하는 것인가.
아까는 하트 기호 하나로 끝났지만,
이것은 얼음도 그려야 하고, 물도 그려야 하고, 저울도 가져와야 한다.
그리고, 그 많은 것을 가져온다 한들, 이 문제가 다 해결 되는 것인가? 아니다.
과연, 이 학생들이 그 기호와 영어 설명을 듣고, 정말 오해 없이 이해할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가?
일단 각각의 기호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차치하자. (사실 그것도 어렵다)
그런데 그걸 불구하고 일단 이해했다고 치자. 상징을 이해한 학생이 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그 기호들을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는 것 아닌가?
이해를 아무도 못 한다는 말이 아니다.
누군가는 비슷하게 이해하고, 누군가는 조금 이해하고, 누군가는 전혀 이해를 못 하는 와중에, 누군가는 거의 완벽히 이해했을 것이다.
초등학교란 원래 그런 곳이니까.
하지만, 그런 확률에 우리가 학생들의 학습을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어른들도, 사회적 상징에 익숙한 어른들도 기호를 제멋대로 해석하는 통에
몸으로 설명해요, 그림으로 설명해요, 라는 재미있는 게임이 탄생하는 와중에
학생들한테 그 이해를 온전히 맡겨버리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는 말이다.
자,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직접 교수법은, 외국어를 이용해서 다른 학문을 가르치며, 외국어 자체를 학습하는 방법을 말한다.
직접 교수법의 장점은 수많은 좋은 인풋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듣기, 발음이 정확해질 수 있고, 더 나아가 문화와 제스처, 말투와 같은 미묘한 것들도 배우기 아주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첫 번째. 이걸 할 수 있는 강사의 수가 매우 적다. 모든 학생에게 적용할 만큼 충분치 않다.
두 번째. 추상적인 개념을 가르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너무 비효율적이고, 오해의 여지가 다분하다.
지금까지 직접 교수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행동주의 심리학과 관련지어 등장한 청화식 교수법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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