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학/영어 교과 교육론

8. TBLT 교수법 (과업 중심 언어 교수법)

by 오레몬 2024. 11. 6.

안녕하세요, 드디어 마지막 교수법 소개 시간입니다.

오늘은, 의사소통 교수법의 한 갈래이자, 의사소통 중심 교수법의 단점들을 보완하고자 나온 교수법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TBLT 교수법입니다. Task-Based Language Teaching의 줄임말이자, 한글로 직역하면 과업 중심 교수법입니다.

 

ALM에서 말했듯이 대시바가 붙어있다면, 그 단어는 한 쌍으로 봐야 합니다. 둘이 같이 붙어 있어야 효과를 낸다는 말이지요.

이 교수법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것은 Task-Based입니다. 과업을 기본으로 깔고 간다는 말이지요.

 

말 그대로 모든 학습 과제는 ‘과업’ 형태로 주어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과업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거대한 목표, 하나의 대단한 성과, 프로젝트, 나라의 국운이 걸린 임무...

이런 것들은 당연히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과업은 정말로 일상적인 과제를 의미합니다.

흔히 말하면 할 일 목록에 들어갈 법한 과제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망고 2개 사 오기, 도서관에서 책 2권 빌려오기, 옷 가게에서 환불하기 등등…

일상적으로 자주 일어나고, 우리가 살다 보면 한 번쯤은 마주칠 법한 상황들을 학습으로 그대로 옮겨 온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들의 실과와 언뜻 보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언어 그 자체를 위한 언어 수업이라기보다는, 정말로 실생활에 당장 적용하기 위한 언어 수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수업은 어째서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사실, 얼핏 눈치챈 분들이 있다시피, 이 교수법은 어린이를 위해 고안된 교수법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성인들을 위한 교수법이었죠.

어떤 성인들을 위한 것이냐. 바로, 미국으로 이민 간 지 얼마 되지 않은, 20년 넘게 자국어로만 소통하며 살아온,

영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는, 하지만 이제부터는 영어를 해야만 하는 이민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교수법입니다.

이들은 처음으로 낯선 땅에 남겨지면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입니다.

가뜩이나 낯선 나라에 와서 당황스러울 것인데,

단순히 놀러 온 것이 아니라, 살러 온 것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영어를 빨리 배워야만 했습니다.

그래야 일상적인 생활을 해낼 수 있으니까요. 며칠 동안은 외식을 안 할 수도 있습니다.

며칠 동안은 장을 보지 않고도 버틸 수 있겠죠. 하지만 언젠가는, 장을 보러 가야 합니다.

몇 달 동안은 안 아프고 잘 버틸 수 있겠죠. 하지만 언젠가는, 결국에 언젠가는 병원에 들러야 합니다.

하다못해 약국이라도 가야 하는데, 약사도 의사도 다 영어를 쓴다면, 본인도 영어를 통해 의사소통해야만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들은 이민자들을 위한 영어 교습소에 등록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들한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문법이니, 단어니, 문학 작품이니,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금 당장 문학 작품 한 줄을 번역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은 지금 당장 배워서, 당장 다음 날 세탁소에 가서 옷을 맡기고 싶은 것입니다. 영어를 사용해서 말이죠.

 

그래서 지금까지 가르쳐왔던 방식들에 매우 불만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들을 위한 새로운 교수법에 대한 갈망도 늘어났을 것이고요.

그래서 나온 방법이 이 TBLT입니다.

 

말 그대로, 과업을 수행할 때 어떤 영어를 써야 하는지만 가르쳐주겠다, 이것이죠.

 

그래서, TBLT의 경우, 학습 전, 요구 분석(needs analysis)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학습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지 알고 나서, 그에 맞는 과업을 줍니다.

 

CLT와 마찬가지로, 현대의 교수 학습법답게, 원리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학습 과정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CLT보다 더 정교하고 구체적이죠. 그러면 과업의 종류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TBLT에선, 모든 학습을 과업으로 분류하는 데요, 일종의 이 교수법이 주장하는 패러다임이죠.

학습=과업이고, 이 과업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실생활 적 과업입니다. 영어로는 real-world task라고 하죠.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사용된다고 판단되는 과업입니다.

예를 들어, 쇼핑하기, 친구와의 대화 등이 포함됩니다.

두 번째는 교육을 위한 과업입니다. pedagogical task라고 하죠. 교육적 목적으로 설계된 과업으로,

생활 속보다는 학문의 구조에 초점을 맞추어, 조금 실생활과 동떨어진 추상적인 개념도 포함하는 과업을 말합니다.

TBLT가 추구하는 과업은 어느 쪽일까요? 당연히 첫 번째 과업입니다.

 

그렇다면 주제는 주로 실생활이라고 정해진다면, 이것을 가르치는 형태는 어떻게 될까요?

학습 형태 관점에서 분류한다면, 과업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직소, 정보 차이, 문제 해결, 의사 결정, 의견 교환의 다섯 가지입니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맞습니다. 사회과의 교수 학습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과 자체가 문제, 과업 해결을 많이 하는 과목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직소 과업이란, 영어로 jigsaw task라고 합니다.

직소는 퍼즐에서 비롯된 개념입니다. 직소 퍼즐을 풀어보신 적이 있나요?

직소 퍼즐 한 조각도, 그림은 그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그림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퍼즐 조각들을 여러 개 모아야, 그 퍼즐 전체 그림이 완성됩니다.

이와 비슷한 원리를 활용한 형태입니다.

하나의 과제를 부여하고 그 과제에 대해 개별적으로 완벽히 학습한 다음,

다른 퍼즐 조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정보를 교환하여 큰 과업을 완성하는 형태입니다.

사회과에서도 자주 쓰이는 방법이죠.


두 번째, 정보차 과업입니다. 영어로는 information gap task라고 합니다.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교환하며 과업을 완성합니다.

여기에서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계실 수 있습니다.

 

어? 이거 직소 과업이랑 뭐가 다르죠?

다릅니다.

 

직소 과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 자체가, 완전한 그림은 아니지만, 어쨌든 온전한 한 조각입니다.

그 정보 자체에는 구멍이 없습니다. 다만, 정보끼리 뭉쳐졌을 때 더 큰 시너지가 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정보 차이 과업은, 정보 자체에 거대한 구멍이 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정보 자체가 둘, 셋으로 찢겨져 있는 것과 같죠.

자기가 들고 있는 하나의 조각은 온전한 정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정보와 합쳐졌을 때, 비로소 온전한 하나의 정보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문제 해결 과업입니다. problem solving task라고 부릅니다. 이름 그대로입니다.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도록 합니다.

 

네 번째로는 의사결정 과업(decision making task)이 있습니다.

쉽게 토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답은 없는, 그러나 설득은 가능한, 한 가지로 정해야만 하는, 여러 가능한 결론이 있는 문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하나의 답을 정하도록 합니다.

설득이 오고 가야 하고, 찬성과 반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토론과 비슷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은 뭐가 나올까요? 맞습니다. 바로 의견교환 과업(opinion exchange task)입니다.

이것은 토론보다는 토의와 습성이 비슷합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토론하고 교환하게 합니다.

여러 가지의 답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치 학급 회의와 그 성격이 비슷합니다. 여러 가지 답을 다 채택할 수 있는 것처럼요.

 

TBLT는 CLT보다 정교하게 알려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CLT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수업의 일반적인 절차까지 알려줍니다.

일반적으로는 fluency에서 accuracy로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유창성과 정확성을 모두 강조하기는 하나, 유창하게 흐르는 것, 즉, 과업을 수행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리고 단계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Pre-task - Task cycle - Post-task (language focus)가 그 세 단계입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학습자의 배경지식을 파악합니다. 어디까지 알고 있나 확인하는 것이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실제로 과업을 수행합니다. 이때 오류는 교정하지 않고, 최대한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내버려둡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비로소 언어에 초점을 맞춘 오류를 교정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모든 오류를 교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습자가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불편을 겪을만한, 오해가 분명 생길만한 오류에만 초점을 맞추고 교정을 진행합니다.

 

이런 TBLT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실생활과 밀접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배우고 바로 나가서 써먹을 수 있다는 점이죠.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바로, 이 과업을 어떻게 설정하냐는 것입니다.

과업이라는 것은 교수자가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업의 종류와 난이도를 결정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칫, 학습자에게 불필요하거나, 너무 어려운 과업을 설정하게 되면, 수업 자체가 진행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오늘 과업 중심 교수법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중요한 교수법이어서, 설명이 많았습니다. 오늘의 포스팅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